회사에서 내가 모시는 상사는 종종 책 선물을 하신다.
당신께서 직접 읽어보고 감흥이 있었거나 주변에서 추천받는 서적을 주시는데,
재미있는 소설 류보다는 기업 전략/리더십/자기 계발 등에 관련된 책이 주류이다.
다만 의무감으로 읽어야 하는 형태의 억압? 푸시? 는 없기 때문에 마음 편하게 짬짬이 읽어두고 있다.
룰메이커는 몇 달 전에 주신 책인데, 9월 말 쯤이 되어서야 다 읽어보게 됐다.
집중력을 가지고 독서에 몰입하지 못하는 것에는 여러 가지 이유와 상황들이 있다.
이 책의 경우는 5개의 Part 안에 있는 33개의 개별적 내용들이, 선후행 관계가 없어 끊어 읽어도 문제없었기 때문에 그랬다.
그런데 그러다 보니, 중간에 한번 손을 떼고 난 후에는 다시 손이 안 가기도 했다.
지극히 개인적인 성향 상으로, 뒷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맛이 없다고 해야 할까?
게다가 '아하 그렇군, 나는 어떻게 해야겠구나!'라는 강한 인사이트를 받지 못하는 얘기들도 일부 있었다.
그리고 3년 가까이에 걸쳐 SERICEO에서 방영된 내용들을 재구성한 책인데,
아무래도 '24년 하반기 시점에서 읽기에 조금은 아쉽거나 적절한 타이밍이 지난 내용들도 있었다 생각한다.
그런 생각은 그냥 사견일 뿐이고, 몇 가지 기억에 남는 포인트들을 정리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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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매개하라》 임춘성 교수가 말하는 비즈니스 법칙의 새로운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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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는 원문 그대로의 넘버링을 가져오겠다.
3. 내 일을 남에게 시킬 것
"...디커플링에 대해 들어보았을 것이다. 기업에서 고객으로 흐르는 가치사슬 중에 일부를 끊어내어 그곳에 집중하는 전략이다...
다른 곳은 남의 제품, 혹은 남의 인프라나 서비스를 이용해야 한다. 플랫폼 비즈니스라는 것도 기본적으로 남의 역량을 이용하는 것이다. 내 일을 남에게 시켜야만...
지금 하는 일, 프로젝트, 신사업 모두 웬만하면 일부라도 남을 시킬 궁리를 해보아야 한다. 남의 역량을 최대한 활용해 볼 만한 시기이다..."
나는 작게는 팀 안에서의 업무 배분, 크게는 상위 조직 단의 업무 협업 또는 외부 협력사 프로젝트 등에 관여한다.
상대적으로 조금 더 나와 합이 맞는 사람/똑 부러지게 해야할 것을 잘 커버하는 사람들은 있지만,
솔직히 내 입 안의 혀처럼, 내 생각/기준대로 똑같이 일해주는 사람은 절대 존재할 수 없다.
그러다 보니 가끔은 '하, 그냥 내가 하고 말지..'라는 생각으로 일을 배분하지 않고 내가 끌어안고 있는 경우도 많다.
이게 잘못된 거라는 점은 이미 알고 있지만, 어차피 내가 발표해야 하는 상황이거나 재작업이 뻔히 보일 경우는 맡기기 어렵다.
이 부분을 읽을 때 엉뚱하게도 나는 '그래, 내 눈에 안 차도 그네들이 갖고 있는 강점도 있으니 혼자 분골쇄신하는 척하지 말고 이용(활용?!).. 아니 업무 배분하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18. 커머스냐 커뮤니티냐
"... 당근마켓의 수익원은 광고이다. 비록 중고 거래로 시작했지만 선택한 지향점은 커머스가 아니고 커뮤니티이다...
단순 물품 거래뿐만 아니라 지역정보 공유에 이어 다양한 커뮤니티 지원 서비스로 진화한 것이다.
이것이 기존의 중고나라 같은 커머스 플랫폼과의 차별점이고, 고객들을 유인한 성공요인이다.
그저 방문이 아니고 생활 자체이니 사용자 수와 체류 시간의 폭발적 증가는 당연하다..."
재직 중인 기업은 고객 MAU/DAU, App 내 고객 여정/행동 분석을 위한 AARRR 분석 등등 다양한 토픽이 수시로 거론된다.
서비스 대표 App이 고객에게 단순한 커머스 서비스가 아니라, '그들의 일상과 함께 하는 커뮤니티 서비스로 자리 잡아야 한다'라는 말 또한 꽤 오래전부터 제안됐었다.
화자에 따라 진정성 있는 울림이라고 느낀 적도 있었고, 그냥 판에 박힌 스토리를 읊고 있다고 느낀 적도 있다.
어찌 되었건 간에, 이 App은 아직도 커뮤니티 서비스로 자리 잡지는 못했다.
고객의 일상생활과 함께 하려면 확고한 기본 서비스와 함께 다양한 콘텐츠/재미 요소 시도가 강화되어야 하나,
당연히 유관 부서들에게는 이러저러한 사유(돈이 없다. 지금 하는 일도 바쁘다. 기획은 누가 하니/KPI 수립과 성과 책임은 누가 지니, 고객이 원하는 건 맞니, 그런 거 한 애들 다 반짝하고 대부분 어렵다. 등등)들이 있었다.
뭐 결국은 제대로 되는 게 없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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